사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2019-07-19

[이음리퍼블릭 권승원 기자]    


전후 시대 일본 젊은이들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은 오랜 시간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켜왔다.


시대를 넘나드는 걸작은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 소설 인간 실격은 주인공 '오바 요조'라는 한없이 여린 심성의 인간이 인간 사회의 모순 속에서 자신의 죄성에 대해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그러기에 스스로 가면을 쓴 채 끝내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 낙인 찍어버리는 다소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의 소설이 아직까지 많은 팬덤을 거느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인공 오바 요조처럼 자신의 죄성에 대해 괴로워하고 고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죄성과 그에 대한 성찰, 그리고 거기에 따른 부끄러움을 포함한 자괴감들을 언급할 때 현 사회의 기이함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대한민국,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통해 흉악범죄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뉴스의 보도 패러다임 또한 크게 변화하며 이제는 흉악범죄의 가해자들의 얼굴과 신상들이 공개되는 시점에,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흉악범죄 가해자들의 태도이다. 그들의 인터뷰는 온통 "억울하다" 등의 발언으로 얼룩져있으며, 이런 인터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가해자들의 표정과 발언에는 '죄책감'이란 찾아볼 수 없으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기 바쁜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은 단순히 큰 사건들로 촉발되어 뉴스를 통해 가시화되는 흉악범죄에 한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한 정신과의사의 발언이다. "정작 정신병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들이 사회에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치된 채로 여린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렇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큰 데미지를 입어서 병원으로 와요.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즉, 단순히 흉악범죄의 문제를 넘어, 큰 관념에서,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에서 너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입장, 자신의 정신적 상태만을 강조하며 죄의식 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묘사했던,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들, 내가 목격했던 그들은 적어도 그랬다. 내게 보였던 그들의 모습에는 자신의 악행에 대한 큰 죄의식이나 죄책감은 없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부도덕함에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악행을 자신의 입장에서 변호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자신의 악행에 엄청난 명분과 자신만의 논리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에 바빴다. 


이들의 문제는 어찌 보면 뉴스를 통해 가시화되는 흉악범죄, 쉽게 말해 법치주의 국가 체계 속에서 처벌을 받는 범죄행위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법지주의 국가 체계에서 범죄행위로 구분되는 행동들을 제외하고는 법에는 구애받지 않은 채 '도리', '도덕'의 범주를 넘어서는 악행으로 타인에게 큰 상처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긴다. 그리고 이런 상처는 질병처럼 전염되어 병든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주변의 누군가를 잡고 1시간 이상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들어봐도 엄청난 악행과 그로 인한 피해담이 존재한다. 이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고 도처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의 악행을 악행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아니 혹은 이성적으로 인지했을지라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로 인해 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해답은 인간이 공동체, 그리고 사회를 이루고 살아온지 만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류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의학적으로, 죄책감이란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 또는 '죄책감을 느껴도 서슴없이 악행을 저지를 성향이 다분하다' 정도의 학술적 소견이 존재하고 있을 뿐. 그리고 심지어 그런 의학적 현상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결론뿐이다. 단지 감히 들었던 생각은 효과가 없을 지라도 최선의 교육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자신이 상처받았다'라는 이유로 그 상처와 관계없는 타인에게 죄의식 없는 부도덕을 져지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 자신의 영악함과 부도덕함을 영리함과 비범함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한편, 그렇기에 어쩌면 소설 인간 실격을 읽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꼈을지도 모르는, 지금도 자신의 죄책감으로 고통 받고 자괴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금 내가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괴감에 빠져있다면 그것은 한편으론 내가 기꺼이 '부끄러워 할줄 아는 태도'를 가진 매우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적어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낙인 찍었던 '인간 실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인간의 나약함은 우리 모두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악행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인지했다면 반복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며 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부끄러워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만으로는 지금껏 사회가 병들어온 현상을 고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가 왜 그랬을까. 나 정말 나빴다"를 넘어, 가능만 하다면, 자신이 떠올린 그 사람에게 닿던, 닿지 않던 진심을 담은 사과 한마디를 건낼줄 아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이글을 정리하며 수많은 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까지 미안한 마음만 품고 어떤 마음도 차마 전하지 못했던 이들 말이다. 오늘이라도 용기내서 닿던 닿지 않던 마음만은 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글/ 권승원 hayden@iumre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