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터넷을 통해 이룩되었지만 변질된 민주화, 그리고 개혁…①

2019-06-17

[이음리퍼블릭 권승원 기자]    


암호화폐에 관한 4월, 5월 칼럼이 생각치도 못하게 독자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런 호응에 화답해 새로운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칼럼을 게재하겠다는 목표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였다.


다음 칼럼을 적으려고 해도 앞서 암호화폐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방대한 블록체인의 적용범위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자칫 방향을 잘못 잡아 칼럼을 연재할 경우, 자칫 이음 리퍼블릭 내 많은 기사들이 담고 있는 내용과 메세지를 지루하게 재탕하는 식상함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크게 들었다. 한없이 넓은 적용범위 탓에 그저 '구상'이라는 말만 늘어놓은 채 고민하기를 몇 주.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가고 있었다. 결국 이런 식으로는 다음 칼럼 연재가 한없이 미뤄질 것만 같은 고민이 머리 속에 가득하던 차에, 문득 이음 리퍼블릭을 처음 창간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무언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자. 선한 것으로 세상을 잇는 일을 해보자". 그런 초심이 떠오르고 나니 이음 리퍼블릭, 아니 블록체인 분야 기자로 활동하며 내 가슴을 가장 벅차게 했던 기사들이 머리 속을 스쳤고, 그런 기사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메세지를 담은 칼럼을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한때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다소 변질된, '기술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이었다. 나는 이전 칼럼들에서 말했듯이 깊은 지식을 갖거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의미의 민주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블록체인 분야 기자로 일해오며 들었던, 블록체인을 통한 민주주의의 개혁, 구체적으로 서술하자면 우리가 시민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자유를 우리에게 선사한 현대사회 속 '민주주의'와 블록체인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런 키워드들이 떠올라 글을 쓰기에 앞서 필자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흔히 사용하는 어휘인 '민주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당연하지만 막연하게, 그리고 너무도 흔히 사용했던 어휘의 정확한 뜻을 고민해보니 이를 명확하게 서술할 수 없고 정의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인터넷 검색창에 '민주주의'란 단어를 검색해봤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상호 간의 인정', '공리주의 원칙 하에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본 정신으로 하며, 필수 요건으로 '투표',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는 정치 시스템', 출판, 결사, 자유를 포함한 '민권', 약자에 대한 배려를 뜻하는 '복리증진', '투명한 국가지도',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한 뒤 기술과의 연결고리, 즉, 기술을 통한 민주주의를 떠올렸을 때, 필자의 머리 속에는 가장 먼저 20세기 등장해 현 시대 사회 속 대부분을 개혁한 인터넷이 떠올랐다. 어느 한 구절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이란 기술 도구는 모두에게 알 권리, 표현할 권리를 포함해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많은 부분에서 시민들에게 큰 힘을 선사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되었으며,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많은 요소들을 수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과 확장에 따라 인터넷을 지배 또는 악용하는 기술과 권한 또한 발전해 도리어 인터넷이 민주화를 약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꼽고 싶다. 모두가 소통하고 시민들에게 알 권리, 표현할 권리를 주었던 인터넷을 도리어 정부가 통제 및 검열해 시민들이 민주사회 속 가져야 할 기본 권리들이 모두 침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의 사례만이 아니었다. 불과 몇달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필자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위디스크에서 근무하던 중 강압적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퇴사한 직원이 위디스크에 대한 악플을 한 줄 남겼을 뿐인데, 이를 감시하고 있던 양진호 회장이 협박전화와 동시에 그를 회사로 불러 보복폭행한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에 숨겨진 전말은 양진호 회장이 위디스크 산하 IT 연구팀을 통해 개발한 스마트폰 및 인터넷 해킹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및 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인터넷이 악용된 이런 사례들과 앞서 명시했던 민주주의의 특징을 연결지었을때,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시민들과 가장 멀게 만들 수도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즉, 한때는 민주주의 실현을 이루었던 도구인 인터넷이 도리어 민주주의를 가장 처참한 형태로 해칠 수 있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런 인터넷의 악용, 이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패가 주는 주요 원인은 개인 데이터에 대해 타인이 절대적인 접근권을 갖고, 해당 데이터를 데이터 소유자의 동의 없이 타인이 접근하고 통제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비밀 누출, 더 나아가 데이터 조작과도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기술을 통한 민주주의 성취는 이런 절대적인 타인의 접근권을 배제하고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되며, 이를 바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기본적인 권리가 시민들에게 주어지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이뤄졌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아는 선에서 사고하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블록체인 분야 기자로 활동해온 필자에게 이런 생각을 실현해 준 기사들이 몇가지 떠올랐다. 바로 중국 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미투 운동 이었다. 이는 지난 4월, 웨신(Yue Xin)이라는 중국 여성이 자신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은폐를 시도한 베이징 대학교의 진실을 인터넷에 폭로했으며, 여기에 동조한 한 네티즌에 의해 해당 컨텐츠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되어 영구 박재된 사건이다. 당시 그녀는 자신이 20년 전 당했던 성추행 사건을 대중에 폭로하려 했으나 베이징대학교 측이 그녀를 협박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학교 측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며 그녀의 가족들에게 억류까지 요청한 사실을 인터넷 게시글로 남겼다. 이 게시글은 많은 중국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미투 운동'이 다소 억압돼있던 중국 사회를 변화시켰다. 그녀가 남긴 게시글은 중국 내 인터넷 검열이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전에 중국 최대 웹포탈 텐센트(Tencent), 웨이보(Weibo) 및 SNS 위쳇(WeChat)을 통해 널리 퍼졌으며, 그녀를 지지하는 한 익명의 네티즌이 그녀의 게시글을 2018년 4월 23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했다. 영구박재된 해당 게시글은 52센트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이는 시민들이 약자에 대해 기술을 통해 권력에 대항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사회 속 절대권력 또한 시민의 표현권을 뺏지 못한 훌륭한 사례로 남았다.


2부에서 계속


글/ 권승원 hayden@iumre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