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19년, 반세기만에 역설적이게 연출된 자본주의의 패배?

2019-10-14

[이음리퍼블릭 권승원 기자]  


근대사회의 시작과 함께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원리로 등장했지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 두 경제체제는 전 세계를 물들이며 양대 경제체제로서 세계사의 판도를 바꾸었다. 19세기 부터 20세기 냉전시대를 거쳐 심지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두 가지의 경제체제는 각기 다른 나라들의 선택에 의해 차용되어 여지껏 크게는 세계가 살아가는 방식을 나누고 있으며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 인류가 살아가는 방법 자체를 번혁했다.


이 두 가지의 대립된 경제체제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국가들 간 전쟁과 이에 이은 세력의 분할을 뜻하는 냉전시대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9년 12월, 자본주의를 대표하던 미국과 공산주의를 대표하던 소련은 정상 회담을 통해 "냉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즉 냉전 시대의 종식과 함께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며 레닌 동상이 철거되는 등 공산주의는 그대로 상징적 종말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소련의 해체와 레닌 동상의 철거는 상징적으로 공산주의의 의미적인 패배를 의미하였을 뿐 현재까지 몇몇 국가들에 의해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은 공산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차용해 살아가고 있는 국가를 떠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공산주의 체제의 대표 국가를 북한을 제외하고 쉽게 떠올리기 힘든 이 현상은 현 세계사의 흐름이라는 마술에 따라 우리 대부분이 잠시 최면에 걸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1978년 중국 정권을 장악한 등소평은 "개혁개방과 민생 개선을 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든 죽음의 길 뿐이다"라고 외치며 개혁개방과 개혁을 추진, 사회주의 체제 안에 자본주의를 불러들였다. 기존 모택동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의 정책으로 중국은 기존 공산주의 국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기도 했으며 방대한 자원과 인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국이 지닌 힘을 극대화하며 자본주의 국가 위주의 세계 시장경제에서 공산주의 국가로는 유일한 초고속 성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중국의 최근 현대사를 몇 줄로만은 요약할 수 없지만 중국은 2019년 현재까지 마치 부스터를 단 듯 초고속 성장을 보였으며 몇 년 전 G2자리를 탈환하고 현재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정도의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독특한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부분 차용해 개혁개방에 성공한 중국의 존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임을 잊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 시스템을 뿌리에 둔 국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란 개념은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이미 세상에 없어진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산주의 시스템을 뿌리로 두고 있는 중국이 그대로 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즉 공산주의에게 자본주의가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연출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의 최전선에 위치한 기업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 자체 만으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존해가는 범국경성을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위치한,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기업들은 그 브랜드가 하나의 국가이며 국경을 초월하는 '트랜스네이션'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과거 국가가 차용한 경제체제로써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고 싸우던 시절이 아닌, 현재 국가개념이 희미해진 다양한 자본주의 기업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엄청난 시장크기를 내세운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했으며 이것이 상징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굴욕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언급한 것처럼 세계 2대 열강으로 성장한 중국은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외교, 경제, 정치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과거 중국과의 이념차이로 분리되어 단독정부를 설립했던 대만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김에 따라 고립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만이 고립되어 국제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더욱 심화되어 이제는 자본주의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까지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기업들의 목록인 'Band in China'가 바로 이 사실을 대표한다. 목록을 들여다보면 아주 경악스러운 이름 몇몇이 눈에 띈다.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 다수가 목록에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 자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리 대부분은 애플을 꼽을 것이다. 중국 정부에 대한 홍콩 민중들의 반발이 일어난 현 시점, 애플은 중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 홍콩 경찰 추적 앱을 앱 스토어에서 삭제했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 내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삭제하기도 하는 등 자본주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정부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Band in China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기업인 JYP도 있다. 쯔위가 한 방송에서 자신의 고향인 대만의 국기를 노출시킨 장면에 따라 쯔위가 속한 그룹 트와이스의 중국활동이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쯔위가 공식사과를 하는 등의 해프닝이 국내에서 큰 연예계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활동하는 많은 중화권 연예인들의 행보에서 중국정부가 국내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 모두는 체감할 수 있다. 즉 돈이 '키'가 되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노리는 자본주의 최전선에 속한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의 눈치를 보며 중국 정부의 자체 검열을 거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단순히 기업들의 활동 제재를 넘어 중국정부의 압력은 자본주의 사회 속 문화와 스포츠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중 하나는 단연 농구일 것이다. 최근 NBA 구단 중 휴스턴 로케츠의 구단주인 대릴 모레이 단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러자 휴스턴 로케츠와 계약을 체결했던 중국 기업들은 구단에게 정식 항의와 함께 몇몇은 스폰서십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중국 국영방송 CCTV와 텐센트가 휴스턴 로케츠의 경기를 중국에 송출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 사태는 더욱 심화되어 NBA 측에서 모레이 단장에게 징계를 남겼으며 나이키는 중국 내 휴스턴 로케츠의 굿즈 판매를 금지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아이콘들인 'NBA', '나이키' 모두가 중국에 굴복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농구 뿐만이 아닌 E-스포츠에서 벌이지기도 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사가 개최한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한 홍콩 출신의 '하스스톤' 선수 블리츠청은 경기에서 '홍콩을 해방하라'는 취지의 승리소감 발언을 남겼다. 이 사건은 곧 큰 기폭제가 되어 중국정부를 두려워한 블리자드사의 징계로 이어졌다. 블리자드사는 해당 경기의 다시보기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틀 후 블리츠청 선수를 내년 10월 까지 하스스톤 대회에 불참시킨다는 통보와 함께 이번 대회 승리상금을 블리츠청 선수에게 내리지 않는다는 징계 방침을 공개했다. 미국 게임 속 이런 중국의 영향력은 단순히 작금의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게임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 예로 기존에는 미국 게임에서 단골처럼 등장했던 해골이 검열되고 있는 현 추세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의 뿌리에 따라 공산주의가 내세웠던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사상을 국가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유물론적 사상은 무신론으로 이어지며 이런 관념은 사후 세계에 대한 불신과 함께 사후 세계에 대한 묘사를 금지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관념은 중국 매체 속 사후세계나 죽음에 대한 묘사를 엄금하는 사태를 만들었다. 최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단순히 중국 매체가 아닌 미국 게임에서 조차 죽음 뒤의 존재인 해골이 검열되고 현상을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화 산업이 중국에 의해 침범받는 현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아이콘인 헐리웃에서 조차 반영되고 있다. 가장 미국스러운 컨텐츠 제작사인 마블의 대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등장하는 캐릭터 '에이션트 원'은 원작 코믹스에서는 티베트 승려라는 설정이다. 그러나 중국관객 시장 층을 다분히 의식한 마블은 아마 중국 정부가 겪고 있는 티베트 이슈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마블사는 에이션트 원을 원작과는 다르게 서양인이라는 설정으로 바꿨으며 티베트라는 단어를 작품에서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다분히 중국 정부의 압력과 이로 인한 마찰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와 문화 산업 전반에서 공산주의 국가 중국을 두려워하는 암묵적인 기류가 흐르며 자본주의가 독특한 모습으로 성장한 공산주의에게 굴복하는 이미지를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늘 세상, 사회에 대한 거침없고 시니컬한 풍자를 드러냈던 TV 시리즈 <사우스파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미국 아이들이 보는 유일한 영화가 중국의 승인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라는 멘트를 담은 에피소드를 지난 2일(현지시간) 방영했다. 시즌 23 2화 'Band in China'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해당 에피소드는 'Banned in China(중국에서 금지됨)'과 같은 말장난을 섞으며 중국 정부가 저지르는 고문과 즉결처형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시진핑을 닮았다는 이유로 검열된 캐릭터 곰돌이 푸가 시진핑을 모욕한 죄로 감옥에 수감되는 장면을 그리기도 하는 등 거침없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사우스파크는 중국판 유튜브 '유쿠'와 중국 SNS에서 전부 삭제 및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스파크 제작진은 "NBA처럼 우리도 중국의 '검열'을 환영한다. 역시 자유나 민주주의보다는 돈이 좋다. 시진핑은 '푸'(와 전혀 닮지 않았다. 위대한 중국의 공산당이여 영원하라! 올 가을 사탕수수 풍작을 기원한다! 중국, 이제 됐지?"라는 내용의 풍자스러운 사과문을 발표하며 지극히 '사우스파크다운' 대응을 보였다.


시장경제에 정치나 외교의 영향력이 적용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현상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일본 정부 간 외교 갈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 등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바로 그 불매운동에 국가차원의 보복이 이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예를 들어도 일본제품을 사거나 일본 컨텐츠를 소비한 사람, 나아가 일본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 인사에게 국가차원의 징계를 가하지는 않았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의 극우매체를 막는 것은 정서에 의한 시장논리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언급한 중국의 경우 정부, 더 정확히는 당을 비판하거나 당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보를 보일 경우에는 가차 없는 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서에 따른 시장경제의 영향과 강제성을 동원한 시장경제의 타격은 엄연히 다른다는 것이다. 이 칼럼으로 인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절대 '공산주의는 나쁘고 자본주의는 옳다'는 식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구시대적 관념이 아니다. 바로 시장경제에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공포감을 조성해 지나칠 정도의 강제성을 시장경제에 속한 기업들에게 주입하는 태도를 꼬집고 싶은 것이다.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경제체제이다.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실행하기 위해 특정 권력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했던 지난 역사는 마치 민주주의라는 정치제제의 반대를 공산주의처럼 받아들이는 현 인지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반드시 되새겨야한다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국가에 속한 사람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누기 위한 경제체제이고, 민주주의는 국가에 속한 시민 개개인에게 자유와 권리를 선사하는 정치체제라는 점을 말이다. 경제체제와 정치체제의 선을 넘나드는 것은 이념과 감성에 치우쳐 공정하지 못한 행보를 택해 과거의 큰 실수, 나아가 과거보다 더 큰 실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글/ 권승원 hayden@iumre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