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실한 페미니즘의 생각을 상냥하게 보여주는 영화 3편

2019-10-11

[이음리퍼블릭 이시현]

 "우리는 페미니즘 영화다!" 라며 자신있게 슬로건을 목에 걸고 나온 영화들 혹은 배우들이 속속 출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블의 <원더우먼>은 대중들에 의해 페미니즘 영화로 인식되었으며, <캡틴 마블>은 대중들보다는 주연을 맡은 브리 라슨이 캡틴마블을 페미니스트로 주장 및 선전하며 예상치 못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많다. 하늘을 날면서 레이저를 발사하거나, 건물을 부술 정도의 힘센 주먹을 갖고 있거나, 채찍과 칼을 휘두르며 악한 남자 캐릭터들을 때려눕히는 건 현실의 여성과는 거리가 먼 환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작 올바르고 대담한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판타지나 액션과는 전혀 다른 영화속에 매우 지혜롭게 녹아 있다. 우리가 인지해야 하고 본받아야 할 페미니즘과 여성을 그린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1. 콜로설(Colossal)

 앤 헤서웨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콜로설>은 할리우드에서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의 서울이 영화의 무대로 등장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것만 같이 느껴지는 글로리아.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는 괴수를 자신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 그녀는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갑자기 위선으로 가득 찬 옛 친구가 등장하고, 글로리아를 향한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는 글로리아를 짓밟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세상에 선(善)을 끼치고 싶은 여자’와 ‘선이건 악(惡)이건 그녀보다 내가 더 우월해야 한다’는 욕망을 가진 남자를 놓고 둘의 싸움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글로리아는 그 싸움에서 외롭고 힘이 약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번 처절히 패한다. 그러나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똑같은 기회가 둘 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을 때, 글로리아는 기발한 판단력으로 당당히 맞선다.

 <콜로설>은 우월주의와 열등감에 빠진 이들에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지혜와 신념’ 임을 유쾌한 풍자로 그려 낸, 남자가 보아도 전혀 거북스럽지 않은 상냥한 페미니즘 영화가 아닐까 싶다.


2.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할리우드의 페미니스트로 익히 알려진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은 이 영화로 2013년 골든 글로브상과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상위 1프로의 상류생활을 즐기던 재스민은 남편의 외도로 충격을 받고 그의 부도덕한 비즈니스 행태를 FBI에 고발한다. 그녀는 이혼 후로 빈털터리가 되고 아들까지 잃어버리지만 가방은 루이비통을 들며 비행기도 일등석을 탈 정도로 허세와 과거를 떨치지 못한다. 남자를 볼 때도 사랑보다는 남자의 경제력만을 고집하며, 치과의사까지 거부할 정도로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깔보기 일수다. 그러나 그런 고집과 허세는 그녀를 심각한 우울증으로 몰아가는데, 오히려 동생 진저는 수리공인 남자친구와 무척 행복해 보인다.

 얼핏 보면 재스민은 흔히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골드 디거(Gold Digger: 금을 파내는 여자란 뜻으로 남자에게서 돈과 선물만 얻으려는 여자를 일컫는 속어)’로 보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잘못은 재스민에게 있지 않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최초의 피해자다.

 부(富)와 쾌락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진짜 사랑을 원했던 여자가 아무런 도움 없이 파멸해 가는 이야기는 굉장히 우울하다. 아내로서, 애인으로서, 엄마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한다는 건 매우 비참한 일일 것이다. 재스민을 도울 수 있는 건 ‘사회’와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해이다.



3. 스틸 앨리스(Still Alice)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에게 2015년 오스카 여우주연상과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이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기 시작해 기억과 과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짧은 세월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억지로 눈물을 자아내려는 자의적 연출도 없으며 가족애를 지나치게 강조하려는 닭살 돋는 대사나 장면도 없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된 직장인이자, 엄마이자, 아내인 한 여성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녀의 고통이 관객에게 더 가슴아프고, 관객으로서는 겪어보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기에 더 미어진다.

 아마도 알츠하이머 병은 갑자기 밀려오는 홍수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내려 가고, 그 사람들 가운데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과도 같을 것이다. 그 재앙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앨리스는 그러면서도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책임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힘겨워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머니로서 자식을 끝까지 사랑하는 모습은 아름다우며 아내로서 끝까지 남편의 사랑을 찾는 미련은 경이롭다.

 ‘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 보다는 여성의 ‘본질’과 그 본질에서 파생되는 여성만의 아름다운 ‘페르소나’를 향수처럼 은은히 풍기는 영화다. 그리고 그 향기가 사라 질 때 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정의 정점을 찍으며 ‘여자가 믿는 사랑의 의미’ 를 관객들에게 말해준다.



 앞에 소개한 세 개의 작품 말고도 훌륭한 메시지를 담은 페미니즘 영화는 많다. 페미니즘은 ‘Same(똑같음)’이 아니라 ‘Equality(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 여성 모두가 갖고있는 여자만의 아름다운 본질과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사회의 암묵적 억압에 대처하는 지혜를 오늘날의 영화들은 기분 좋게 묻어내고 있다.


이시현 / demian@iumrepublic.com

멋져요~~!!!
스틸앨리스 인생영화
의미있는 글이네요 남자분들도 좀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