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인류의 화합·세계 평화 증진. 욱일기 허용 논란으로 위협 받게 돼

2019-09-23

[이음리퍼블릭 권승원 기자]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세계 평화 증진을 기본정신으로 삼는 올림픽이 비상식과 폭력으로 위협받게 되었다.


일본 정부가 지속적인 우경화의 행보를 보이며 그 정점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기서 욱일기란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욱일기는 일장기의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1870년 일본제국 육군의 군기로 사용되기 시작되었으며 1889년 일본제국 해군의 군함기로도 사용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메이지 유신을 통해 강력한 힘을 갖게 된 일본이 '정한론' 등을 포함한 침략 야욕을 드러내며 자국의 군대를 침략전쟁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즉 욱일기를 내건 군대가 한국, 중국, 동남아를 포함해 태평양 지역 내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침략전쟁에 나섰으며 이에 욱일기는 폭력과 탐욕을 전제로 한 침략전쟁 그리고 제국주의의 상징이 된 것이다. 


2차 대전 패전국이 된 일본은 연합국 최고 사령부의 주도하에 1947년 작성된 일본 평화 헌법에 따라 자국의 군대로 타국과 전쟁을 펼칠 수 없다는 조항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반세기를 지나 한 세기 과거의 일로 지나온 현재, 일본 정부는 2015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반영한 안보법안을 참의원에서 통과시키며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다시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이빨을 여지없이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로 인해 현재 일본 우파 성향 언론은 '야마토' 전함이라는 어휘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강한 시절의 일본을 그리워하는 듯한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야마토 전함이란 2차 대전 열세에 몰린 일본이 태평양 전선의 역전을 목적으로 조선에 대한 막대한 침탈을 통해 완성시켰던 전함이다. 즉 식민지배 피해를 입었던 조선에 대한 무자비한 수탈을 뜻하기도 하는 상징물이다. 이런 일본 정부의 극단적인 태도는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인의 축제에서도 가감 없이 욱일기를 사용하겠다는 폭력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에서 정점을 찍게 되었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독일이 과거 일본처럼 제국주의를 드러냈던 나치의 행동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엄격하게 금지하며 과거 제국주의에 대한 후회를 드러냄과 동시에 피해국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전한 것과는 완벽히 상이한 모습이다. 


대체 일본 정부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과거 제국주의를 지속적으로 동경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조차 자신들의 폭력적인 과거를 미화하며 피해국들의 가슴을 찌르는 행동을 보이는 원인이 무엇일까. 

우선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승리를 확신한 미국 국무부가 평균적인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 패턴을 연구하기 위해 발표한 저서 '국화와 칼'에서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된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가 서술한 저서 국화와 칼은 일본인들의 죄의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일본은 수치의 문화이며 치욕을 원동력으로 한다". 즉, 이 말은 일본인들의 죄의식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 자체보다 자신들의 행위가 타인에게 드러났을 때 느껴지는 수치에 중요성을 둔다는 뜻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기독교적 윤리관을 바탕으로 한 서양식 사고방식과는 다르다. 기독교 문화에서 발전된 서양식 사고방식은 내가 행위를 저지른 순간 그 행위는 신과 내가 아는 감출 수 없는 행위이기에 그 자체로 이미 죄가 생겼다는 죄의식 개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치에 중점을 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며 이런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사무라이 할복문화로도 드러난다. 자신들의 패배가 타인인 상대와 그 승부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드러난 이상, 그 패배로 인해 생긴 수치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며 그 대가를 자신의 목숨을 버림으로 치른다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신의 죄는 수치를 없애는 할복과 함께 미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치욕에 초점을 맞춘 일본인들의 죄의식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내가 저지른 행위는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수치가 아니기에 고민할 문제가 아니며 죄의식이나 반성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과거 제국주의 미화는 바로 이런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폭력적인 태도로 많은 국가들에 피해를 입혔던 자신들의 행위는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희미해진 기억 속에 묻혀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이용해 수치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들의 죄를 미화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피해국들에게 과거의 만행을 도리어 당당하게 미화하는 일본 정부의 이런 폭력적인 태도에는 분명 '공공의 적'을 만들고 대중들의 분노를 이용함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쟁취하려는 계산 또한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 일본 정부는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욱일기를 '과거의 역사를 쉽게 상기시키는 물건'으로 지칭하면서, "욱일기를 들면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이는 일본 정부 또한 욱일기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불과 10년이 지난 현재 욱일기의 의미를 아는 일본 정부가 10년 전과는 반대된 뻔뻔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1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정에 대해 언론이 묻자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욱일기를 보고 과거의 역사를 떠올린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있어 주의를 환기했던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다. '사람은 무언가를 같이 싫어할 때 더욱 가까워진다'라는 법칙에 따라 집단광기를 활용해 일본의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큰 행사를 성공시키겠다는 계산을 보인 것이다. 내부의 혼란과 어려움을 집단광기를 이용해 극복한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씨앗 그 자체이다. 특히 현재 일본 정부가 보이는 폭력적 태도를 촉발시킨 장본인 현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고향 '조슈번', 지금의 야마구치현은 바로 정한론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 사상의 근본지이다. 과거 서양 열강의 침략으로 막부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본이 자신들이 믿는 칼의 힘이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던 1800년대 에도시대, 조슈번에 '요시다 쇼인'이라는 사상가가 등장한다. 그는 세상을 칼로 지배하는 힘의 상징인 무사집안에서 태어나 무사계급의 처참한 몰락을 지켜본 이이다. 그런 만큼 그는 서양 열강의 일본 침략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지켜봤으며 여기서 깨달은 자신의 성찰을 바탕으로 고향 조슈번에서 수많은 제자들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뿌리가 된 사상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가 서술한 '유수록'은 "무력 준비를 서둘러 군함과 포대를 갖추고 즉시 홋카이도[蝦夷]를 개척하여 제후(諸侯)를 봉건(封建)하여 캄차카와 오호츠크를 빼앗고, 오카나와[琉球]와 조선(朝鮮)을 정벌하여 북으로는 만주(満 州)를 점령하고, 남으로는 타이완[臺灣]과 필리핀 루손[呂宋] 일대의 섬들을 노획하여 옛날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진취적인 기세를 드러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의 이런 위험한 사상을 그대로 떠받들어 세상으로 나온 이들이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일본 육군의 창시자 야마가타 아리토모,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한·일강점 당시 총리 가쓰라 다로 등이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말처럼 아베 신조 총리는 스스로를 '요시다 쇼인'의 제자라 일컬으며 요시다 쇼인이 주장한 위험한 사상을 맹신하고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폭력적인 태도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에서 이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더 큰 문제는 '인류의 화합'과 '세계 평화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올림픽 위원회마저 이런 비상식에 수긍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달 29일부터 우리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강경한 항의 의사와 동시에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 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IOC 측은 우리 정부의 항의에 12일 "올림픽 경기 기간 동안 욱일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때, 사안별로 금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는 다소 명확하지 않은 답변 서한을 전하며 사실상의 욱일기 금지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의 한반도기가 독도를 포함한 것에 일본 정부가 '명확한 정치 행위'임을 항의해 남북 단일팀에 한반도기 사용중지를 내린 것과는 판이한 IOC의 행보이기도 하다. 전 세계인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스포츠를 대변하는 국제기관이 형평성을 잃게 된 것이다. 또한 이는 "올림픽 경기장 내에서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활동을 할 수 없다"라고 명시한 올림픽 헌장 또한 그 가치를 잃게 된 것을 뜻한다. 아직까지도 당시의 비극적인 역사로 인한 피해자가 숨을 쉬고 생존해 있는 지금,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성장한 일본의 지도부인 일본 정부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스포츠의 축제 올림픽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와 분노를 남길 수 있는 비상식의 길로 향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제국주의로 인한 피해자가 아직 생존해있으며 많은 피해자들의 기억 속에 과거의 비극은 끔찍한 영상 자체로 생생하게 남아있다. "증거가 있느냐"라며 과거의 만행을 미화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피해자로 남은 이들의 생존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한 일본과 스포츠 자체를 대표하는 올림픽이 욱일기의 사용을 용인한다는 것은 분명 호불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는 국가 혹은 민족의 문제가 아닌 비극적인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인권유린과 착취를 반대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싸움, 즉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란 것이다. 언론으로서 분명히 말하고 싶다. 전 세계인들의 축제이자 모두에게 공정해야할 스포츠를 대변하는 국제 대회에서 욱일기 사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개인의 생각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취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는 국익도 애국도 아닌 인권과 평화 그리고 상식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평범한 일본인이 아닌 지속적으로 비상식과 폭력의 뜻을 보이고 있는 일본 정부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그대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번영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글/ 권승원 hayden@iumre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