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2019-08-13

[이음리퍼블릭 권승원 기자]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사회는 그동안은 묵인했던, 사회 요직에 있는 인사들의 인품과 그에 따른 행적에 대해 거침없는 고발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안에 대한민국 언론 사회면에서 다뤄진 주요 기사들은 중대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인성과 행적 논란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불과 며칠 전, 대한민국의 대표 화장품 연구개발 전문업체 '콜마'의 윤동한 회장이 당사 직원들에게 편향된 사상을 가득담은 영상을 강제로 시청하게 하며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다. 대통령과 현 정부, 현 사회, 그리고 여성에 관한 비하 발언이 담긴 영상을 콜마의 월례조회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강제로 시청케 하며 불거진 논란은 인터넷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이에 성난 민심은 '한국콜마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기에 나섰다.


이는 단순히 편향된 의견을 담은 영상을 민주사회에서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는 문제를 넘어 한일문제 및 여성인권 문제 등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민감한 이슈이자 '역린'을 그대로 자극하며 민심에 불을 지른 것이다. 


콜마 측은 수습 차원에서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인용한 것일 뿐이다.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다소 모호한 듯한 책임회피성 사과에 민심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결국 12일 윤동한 회장은 본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경영에서 사퇴할 것을 밝혔다.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물론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편향된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손꼽힐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이 품은 생각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런 만큼, 자신의 사상이나 정치관 또한 자유롭게 보장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런 생각을 품은 경영진이 자신의 자리가 갖는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편향적일 수 있는 사상과 감정을 700여명이 참석한 월례회의에서 공개했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회장 및 오너라 함은, 그 기업에서 자신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직원들을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대표인사가 보이는 언행은 모두 직원들의 생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이는 과장이 아닌, 한 기업 오너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지우지되고 그에 따라 그 기업에 속한 직원들이 생계를 잃을 수도 또는 큰 성공과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너무나 명백한 이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콜마라는 거대 기업의 회장이 반일감정과 남녀갈등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처를 찌른 것이다. 


이런 사건의 본질은 자신이 맡은 직책, 자리, 신분이 요구하는 적절한 인품과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그 직책을 맡은 사람들로 인한 것이다. 자신이 맡은 직책, 자리, 신분이 요구하는 인품과 소양이 부족하기에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 영향력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고, 그렇기에 사회를 경악하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져 온 것이다. 


현 시대가 이전 세대처럼 그저 묵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윤동한 회장의 그릇된 행동은 가시화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윤동한 회장만의 실수를 꼬집어 내는 사건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드러난 것이 1이라면 드러나지 않은 것은 10, 100 그리고 1,000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오너, 또는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제공하는 교사, 나아가 부모라는 자리까지 분명 그 자리에 걸맞은 인품과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실수를 거듭해온 것이 지금까지 만연해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자리가 주는 무게감에 따라 그저 그 직책을 맡은 뒤 뒤늦게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으로 변모해가는 과정도 존재한다. 이를 두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격언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가 세상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사례가 아니란 것이 이미 수차례 세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틀렸다라고도 말하고 싶다. 


경영자, 교육기관의 교사, 한 가정의 부모라는 자리는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인생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그 직책, 자리는 자신의 언행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을 뒷받침해주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서포트 해야하는 '섬기는' 자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 자리가 요구하는 인품에 대한 높은 기준 보다는 양육강식의 논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험성적의 논리, 또는 그저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그 중대한 직잭, 자리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섬기는 자리로서의 책임은 망각하고 자신이 가진 권위적 위치에 집중하기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으로 인한 결과는 그 직책, 자리를 수행한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만들었으며, 그 수많은 실수들이 이제 이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오고 있다. 이번 콜마 사건은 단순히 빙산의 아주 일부분일 것이며, 자신의 직책, 자리가 가진 중요성과 영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직무에 임한 이들로 인해 사회에 생기는 피해, 그리고 곪아가는 상처는 우리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직책인 만큼, 이 직책을 맡은 이들의 충분한 인품 및 소양 검증은 필수불가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품이란 것은 가시적인 무언가로 단번에 검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적어도 그 직책을 수행한 이들이 최소한의 자기검열이라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맡은 직책과 자리는 그저 높은 곳에서 많은 이들을 관망하는 곳이 아닌, 많은 이들의 인생을 결정하고 그들 인생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짊어져야하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앞에 선 만큼 그들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서포트해야하는 자리라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내가 하는 언행들이 지금 내 직책에 걸맞은 것일까?".


글/ 권승원 hayden@iumrepublic.com    


*본 칼럼은 시설아동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합프로젝트(Hoproject)가 후원합니다. 공식 웹사이트: hopr1215.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