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우리의 뇌, 한층 더 멋진 오케스트라를 창조하다

2019-10-08

[이음리퍼블릭 이해인 기자]

*이 글은 Sam Dresser 의 "How the orchestra is arranged by the biology of the brain" 을 번역한 글입니다.
*This article was originally written by San Dresser, and published on Aeon.


 어느 근사한 콘서트홀에서 교향악단의 연주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높은 음의 현악기들이 낮은 음의 현악기들 옆에 위치한다.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그리고 더블베이스가 위치한다.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악기들의 음역대가 낮아지는 것이다. 왜 이런 구조로 악기들이 배열되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배열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높은 음들을 좌뇌에서 처리하고 낮은 음들은 우뇌에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무대 왼쪽 악기들의 높은 음들(예를 들면 바이올린)은 좌뇌에서 처리되고 무대 오른쪽 악기들의 낮은 음들(첼로, 베이스 등)은 우뇌에서 처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정보의 방향과, 그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의 사진 가운데에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오른손으로 활을 움직이지만 사실 그 오른손을 통제하는 것은 그녀의 좌뇌이다. 또 그녀가 악보의 왼쪽을 볼 때, 악보에 쓰여져 있는 정보들은 그녀의 우뇌에서 처리가 된다.
이것은 실험을 통해 직접 증명되기도 하였다. 오른손가락에 자기파를 주었더니 좌뇌가 반응을 하였고 왼손가락에 자기파를 주었더니 우뇌가 반응을 한 것이다. 즉 자극되는 쪽의 반대 방향 뇌의 운동피질이 반응 한 것이다.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열을 생각해보자. 우리의 오른쪽 귀는 높은 음을 더 잘 듣고 그것을 좌뇌에서 인식한다.
다시 말하지만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은 청중이 볼 때 무대의 왼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러한 배열은 우리가 오른쪽 귀로 높은 음의 악기들을 잘 듣기 위한 최선의 배치는 아니다. 고음을 내는 악기들이 우리들의 오른쪽에 위치해야 오른쪽 귀로 그 음들을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하모니에서 멜로디는 상대적으로 높은 음이 연주하기 때문에, 높은 악기는 우리들의 오른쪽에 위치되어야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다. 오른쪽 귀가 높은 음을 더 잘 듣는다면 왜 높은 악기들은 우리들이 볼 때 무대의 왼쪽에 위치하는 것일까?
정답은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들에게 있다. 오케스트라의 배열은 우리들이 아닌, 연주자들이 높은 음을 더 잘 듣기 위한 최적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은 곡을 연주하기 위해 청중들 보다 서로의 음을 훨씬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하모니’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앉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시점에서 보면, 멜로디를 오른쪽 귀로 더 잘 듣기 위해서 높은 악기들을 오른쪽에 두고 앉는 것이다. 물론 청중이 무대를 볼 때에는 그 악기들이 왼쪽에 있는 것이다.

결국 현대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열은 사람의 귀가 듣는 방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한쪽 귀가 듣는 음들은 반대쪽 뇌의 청각피질에 전달되고 그것이 음을 인식하는 뇌의 편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배열 방식이 어떤 문화적, 역사적 원인에 따른 것은 아닐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 원인은 바로 우리 뇌의 구조다.
 우리가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를 감상 할 때, 그 순간만큼은 서로 성질이 완벽히 다른 ‘문화’와 ‘생물학’적 요소가 서로 힘을 합쳐 더 근사한 음악을 창조 해 내는 것이다.


이해인 기자 / iyolin@iumrepublic.com